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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기로운 퇴사생활

퇴사후 직업의 의미, 직업에 대한 사회의 시선

by 노마드낭만 2020. 7. 13.

회사를 그만 두고나고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. 이름 다음으로 다들 궁금해하는 건 직업이다. “어떤 일 하세요?” 한번도 직업이 없던 적이 없어서일까?

직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순간 망설여진 건 처음이였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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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사후 직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

 

“퇴사하고 지금은 쉬고 있어요”

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아, 하는 표정과 함께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. 뭔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걸 가지지 못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어색한 공기. 직업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인가?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막상 사라지니 이 세상에 정의 내릴 수 없는 붕 뜬 존재가 된거 같았다. 서류 작성할 때 채워야 하는 공백으로 남겨진 직업란이 꼭 있다는게 새삼스럽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.

 

 

 

직업의 첫인상과 호감도 관계

 

요즘 즐겨보고 있는 하트시그널에 등장인물들도 초반엔 나이와 직업을 공개하지 않는다. 그러다가 공개되면 첫인상과 다른 의외의 직업일 때 그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된다. 그 사람의 외모와 성격이 바뀐게 아닌데 직업으로 인해 급호감을 가지게 된다.

 

 

결국 직업이란 사회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포장지 같다. 그걸로 인해 사람이 더 매력적이고 근사해보이고 알멩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. 그래서 그 포장지가 없는 사람은 벌거벗은 느낌을 들게 만드는게 사회인거 같다.

 

 

당연하지 않은 걸 강요하는 세상

 

대학을 가야 하고, 취직을 해야 하고, 결혼을 해야 하고, 아이를 낳아야 하고, 어느 특정 시기가 되면 해야만 하는 게 생기고 그걸 하지 않았을 때 주변에선 난리가 난다. 왜 안하냐며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.

 

 

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,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없다고 소리쳐봐야 소용없었다.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더이상 설명하는걸 포기했다. 내 생각이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니까. 이것 또한 깨닫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.

 

 

퇴사후 시작된 선의의 거짓말

 

그래서 이번엔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. 아직도 부모님은 내가 그만둔 걸 모르신다. 말하는 순간, 그 좋은 대기업을 왜 나왔냐고 지금같은 때 그만 두면 어떡하냐고 이제 당장 뭐 먹고 살거냐고 하루가 멀다하고 늘 물어볼 게 뻔하다. 역시나 내 대답이 궁금하진 않으실 거다. 무얼 말하든 큰일났다고만 생각하고 걱정하실 게 분명하니까. 그래서 난 부모님의 정신건강을 위해 (어쩌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기도 하고) 퇴사한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.

 

 

단순하게 생각하면 회사 하나 그만 둔 것뿐인데 참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. 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경험해봤다 생각했지만 요즘 맞닥뜨리는 사회가 진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. 그 어느 때보다 철 들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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